AS DEAD AS A DODO: 몰라도 상관없는 동물이야기 (2024)

1598년 제2차 인도네시아 네덜란드 원정을 이끈 야코프 코르넬리위스 판 넥 제독은 아프리카 동부의 외딴섬 모리셔스에 도착했어요. 오랫동안 바다를 떠돈 선원들은 모리셔스섬의 동물들을 마구 잡이로 사냥했고 정신없이 먹어 치웠죠. 선원들의 식탁에 오른 동물들 중 유독 크고 이전까지 본적 없는 생김새의 새가 있었어요. 판넥은 이 새를 네덜란드어로 ‘발크뵈 헬(Walckvögel )'이라고 불렀어요. ‘역겨운 새’라는 뜻이었죠. 질기고 맛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판넥의 항해기는 1601년 출판되었고 유럽인들은 ‘발크뵈 헬’에 대해 전해 듣게 되었어요. 역겨운 새는 바로 도도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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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do [Raphus cucullatus]

도도는 오직 모리셔스섬에서만 살았던 날지 못하는 거대한 새였어요. 키는 약 1m 정도였고 몸무게는 10-14kg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돼요. 당시 과학자들에게 독수리, 알바트로스, 심지어 작은 타조라고 여겨지던 도도는 사실 거대한 비둘기였죠. 가장 가까운 친척은 이미 멸종한 로드리게스솔리테어(Pezophaps solitaria)였고 현존하는 가장 가까운 친척은 아름다운 니코바르비둘기(Caloenas nicobarica)와 빅토리아왕관비둘기(Goura victoria)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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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들은 뛰어난 비행실력을 바탕으로 대양의 외딴 섬들을 정복할 수 있었고 그중 일부가 천적이 없는 모리셔스섬에서 비행을 포기했어요. 더 이상 비행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어진 비둘기는 몸집을 키웠고 덕분에 건기를 버틸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으며 더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게 되었죠. 도도는 그렇게 모리셔스섬에서 번성했어요. 인간이 모리셔스섬에 당도하기 전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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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는 모리셔스섬에 정착지를 만들었어요. 선원들은 오랜 항해에 필요한 식료품을 조달하기 위해 모리셔스섬의 동물을 사냥했고 정착민들은 숲을 벌목했어요. 이 과정에서 모리셔스섬의 토착종들이 많이 사라졌죠. 특히 인간을 본적 없는 모리셔스섬의 토착종들은 인간이 얼마나 위험한 생명체인지 알지 못했어요. 한때 모리셔스섬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2종의 거대 땅거북이 사라졌고 넓은부리앵무와 모리셔스청비둘기를 비롯한 여러 종의 토종조류들도 사라졌죠. 도도 역시 사냥에 시달렸어요. 거기다 도도는 진귀한 수집품을 원하는 제국들을 위해 산채로 잡혀 갔어요. 유럽의 제국들은 물론 인도와 일본 나가사키로 전해졌단 기록도 존재하지만 살아서 목적지에 도달한 도도는 겨우 11마리 정도로 추정돼요.

가장 큰 위협은 인간들이 모리셔스 섬에 들여온 외래종들이었죠. 돼지와 게잡이원숭이, 사슴, 염소, 고양이, 개가 모리셔스섬에 풀려났어요. 배에선 쥐들이 도망쳤어요. 땅에 둥지를 트는 도도에게 외래종의 침입은 치명적이었어요. 특히 돼지와 게잡이원숭이는 단 한개 뿐인 도도의 알을 마구 먹어 치웠죠. 1662년 2월 아른헴이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선박이 폭풍을 만나 인도양에서 난파되었어요. 겨우 살아남은 선원 몇 명이 모리셔스섬에 상륙했고 그들은 눈앞에 나타난 도도를 곧바로 잡아먹었죠. 이것이 살아 있는 도도의 마지막 공식 기록이에요. 극소수의 도도가 모리셔스섬 어딘가에 살아 남았을 수도 있지만 모두 18세기가 되기 전에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죠. 도도가 인간에게 발견 된 후 완전히 사라지는데 100년도 걸리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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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도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사실 우리는 도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요. 인간은 도도를 죽이는 데만 바빴죠. 우리는 도도라는 이름의 기원조차 정확히 알지 못해요. 우리나라에서 도도의 이름이 포르투칼어로 바보를 뜻하는 'doudo'에서 기원했다는 이야기를 흔히 볼수 있지만 실제로는 근거가 부족해요. 네덜란드어로 게으름뱅이를 뜻하는 'dodoor'가 기원이라는 설도 있으며 1602년 빌럼 반 웨스트 자넨 선장의 일기에 처음 언급된 네덜란드어로 뚱뚱한 엉덩이, 혹은 논병아리를 의미하는 'dodaars'가 기원이라는 설도 있어요. 도도라는 이름이 도도의 울음소리를 본 딴 의성어라는 주장도 있지만 도도의 실제 울음소리는 전해지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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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도도는 어떻게 생긴 새였을까요. 우리가 도도라면 흔히 떠올리는 회색의 뚱뚱하고 타조깃털 같은 몇 가닥의 흰색 꼬리깃을 가진 우스꽝스럽게 커다란 부리를 가진 모습은 1626년 처음 그려졌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등장한 삽화에 의해 대중들에게 각인되었어요. 실제 도도는 이렇게 생기지 않았어요. 이는 극소수만이 전해지는 사실적인 그림들이 알려주죠. 가장 중요한 사료는 무굴제국의 궁중화가 우스타드 만수르가 1628-33년 사이 그렸다고 추정되는 그림이에요. 이그림은 살아있는 도도를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그림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그나마 풍부하게 소장된 골격표본은 거의 대부분 모리셔스의 Mare aux Songes늪에서 발견되었어요. 3점의 박제표본이 기록으로 전해지지만 지금까지 남은 온전한 박제는 단 한 점도 존재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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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도도의 진짜 피부표본은 영국 옥스포드도도뿐이죠. 대중적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100년 가까이 영국 옥스퍼드의 애시몰린 박물관에서 전시되던 옥스퍼드도도 박제의 손상이 심해지자 1755년, 박물관측에서 소각하기로 결정했고 한 큐레이터가 박제가 전부 타버리기 전에 가까스로 도도의 머리와 오른발을 꺼냈다는 것이에요. 옥스퍼드도도는 오랫동안 살아 있는 상태로 영국으로 와 대중들에게 전시되다가 자연사 했을 것으로 여겨졌어요. 그러던 2018년 4월 연구를 위해 옥스포드도도의 머리를 CT 촬영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죠. 옥스퍼드도도의 뒤통수에서 당시 새를 사냥할 때 주로 사용한 작은 납탄이 발견된 거예요. 옥스퍼드도도는 사실 살해당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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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뒤늦게 도도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요. 도도는 단 한 개의 알을 낳았으며 땅에 둥지를 틀었어요. 새끼는 아주 빠르게 자라 어른이 되었죠. 주로 건조한 해안지역의 숲을 선호한 것으로 보여요. 땅에 떨어진 열매, 씨앗, 식물의 구근 등을 먹었으며 소화를 돕는 위석을 가지고 있었다고 여겨져요. 비둘기에 속하기 때문에 새끼들에게 피죤밀크를 먹였을 것이라 보기도 하죠. 잘 보존된 도도의 두개골을 연구한 결과 후각이 매우 뛰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도도는 모리셔스의 자연 환경에 훌륭하게 적응한 진화의 산물이었어요. 하지만 우리는 도도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나는 법을 잊은 어리석은 새.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불운하고 바보 같은 새. 우리는 여전히 도도를 이렇게 바라보고 있죠. 도도의 멸종으로 우리는 인간이 한 종의 생물을 멸종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인간은 지금도 수많은 종들을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어요.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 인간을 보며 도도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도도와 도도나무.

1977년 도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어요. 이 연구는 그리스어로 철나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매우 크고 단단한 칼바리아나무(Sideroxylon grandiflorum)의 씨앗은 오직 도도의 내장기관을 통과해야 발아할 수 있었고 도도가 멸종하여 칼바리아나무가 더 이상 번식하지 못해 수령이 300년이 넘는 13그루만이 남아 곧 멸종할 예정이라는 것이었죠. 생태학자 스탠리 템플은 도도와 크기와 비슷한 칠면조를 통해 이 실험을 증명했어요. 칠면조의 위장을 통과한 10개의 씨앗 중 3개가 발아했죠. 여러 과학자들도 이 연구를 지지했고 대중들은 생태계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했어요. 하지만 모리셔스섬의 식물생태학을 연구하는 현지 과학자들은 이 연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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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 식물 과학 협회는 회보를 통해 템플의 연구를 직접적으로 반박했죠. 사실 모리셔스섬에는 많지는 않지만 어린 칼바리아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었어요. 특히 지금은 멸종한 넓은부리앵무새(Lophopsittacus mauritianus)를 비롯 모리셔스섬에는 4종의 앵무새가 있었고 과일박쥐도 풍부했어요. 이들 역시 칼바리아나무 열매를 먹었으며 지금은 멸종한 모리셔스의 멸종한 땅거북들도 씨앗을 옮겼겠죠. 현재는 모리셔스목도리앵무(Psittacula eques)가 칼바리아나무열매를 먹으며 씨앗을 퍼뜨리고 있다고 해요.

유료분에는 다음화 예고와 함께 읽어보면 좋은 참고자료가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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